지난 5월 !
초파일 전날에 보려했던 백담사는 주차장에 늘어선 장사진에 질려 포기했던 곳이어서
한풀이 하듯 여름 휴가지 첫 번 째로 잡았다.
부지런히 간다고 집을 나선게 11시 !
1박 이상 잠을 자는 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왜 그리 준비할 게 많은 지...
산과 계곡과 바다는 바야흐로 가장 여행객들로 붐비는 철인데
우린 숙소 예약도 없이 그리 훌쩍 또 떠났다.
예상대로 고속도로는 곳곳이 주차장 !
결국 서울-춘천 46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게 됐지만, 정체로 다들 국도로 내려섰는 지
국도가 더 막혔다.
용대리에서 출발하는 백담사행 마지막 버스가 6시라는 데...
결국 7시간이 넘게 걸려 백담사행 막차를 타는 데 실패...
백담사 관람 후 설악동 근처에서 1박하려던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지게 됐다.
ㅠㅠ
할 수 없이 계획을 변경하여 만해 마을에 들르기로 했다.
입구에 이렇게 시벽(詩壁)이 세워져 있고 동제시판이 수십개가 걸려있다.
시간은 이미 6시 22분 !
만해 문학관은 벌써 문닫았고 방문 기념 촬영만...ㅠㅠ
님의 침묵 광장의 조형물 !
만해 평화지종
어룡은 그 옆에 달려있다.
여러 문인들의 시석이 서 있다.
신경림의 파장(罷場)이라는 시이다. 시장이 파할 때의 장을 말한다.
신광불매 만고휘유 神光不昧 萬古輝猷 - 신묘한 빛은 어둡지 않고 만고에 빛나노니
입차문내 막존지해 入此門內 莫存知解 이 문(불법의 문) 안으로 들어오면 아는 체 하지 말지어다.
신광 이란 부처님의 위대한 -팔만사천 - 법문을 가리킨다, 이것은 만고의 아름다운 진리이다,
그러므로 - 입차문래막존지해 -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에는 세상의 망상인 모든 알음알이를 버리라는 뜻이다,
" 역으로 말해. 곧 부처님이 계신 이곳을 들어서고 나갈 때는 세상의 모든 시름과 망상을 놓고 가라는 경구 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렇게 풀이되어 있다.
직역은 현학(衒學)을 경계하는 뜻인 것 같아 이 글귀를 여기에 붙인 것이 의아스러웠는 데, 의역을 읽고나니 비로서 붙인 이유가
이해가 간다.
서원보전 기둥에 새겨진 글인데, 여기가 법당인지는 이 사진들을 올리며 올리게 됐다. 전통적 사찰의 모습이 아니라서
그냥 지나치고 기둥의 글만 보고온 셈이다.ㅠㅠ
"깃듸일 나무"는 만해 한용운님의 시 <生命 생명>에 나오는 시어(詩語)라고 합니다.
차와 커피, 맥주와 스낵 등 간단하게 걸칠 수 있는 곳인가 봅니다. LP 판이 많이 있더군요.
입구 바닥에 불서 만자를 새겨 놓았다.
문인의 집에 들러 여러 문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훑어봤다.
문인도 유명인사도 한 글귀씩 남기고 간 모양이다.
만해 문학관을 못보고 가는 것이 영 아쉽다.
어쩌리요 ? 게으름의 소치인 것을...
한 시간 만이라도 일찍 떠났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ㅠㅠㅠㅠ
아쉬움을 뒤로하고 백담사 입구로 향했다.
숙소를 구하기 위해 일단 백담사 출입 관리소앞의 호텔부터 싸그리 뒤지기 시작해서 용대리의 펜션.민박집을
한 서른 곳에 전화를 했나 ?
아...
작년 남해 갔을 때 무작정 들렀던 펜션의 펑크난 방을 찾는 것과 같은 기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어렵게 헤대이던 우리를 동네 어르신들이 안타까이 여겼는 지 한 집을 일러준다.
하지만...방이 너무 좁다.
이젠 할 수 없이 용대리를 나와 진부령을 넘어 아예 동해까지 가기로 했다.
가면서 여기저기 눈에 띄는 집 전번으로 전화를 하던 중...
아주 천천히 시속 30킬로로 가면 한 4킬로는 이동했던 것 같다.
갑자기 한 집이 연락됐다.
빈방 있단다.
매바위를 지나 4킬로을 올라가던 길을 되돌아 내려 오는 데, 그 4킬로가 왜 그리 멀게 느껴지던지...
그 사이에 예약 돼 버릴까봐 거의 시속 100킬로로 그 빗길을 밟았던 것 같다.
나참...
어렵게 여장은 풀었는 데, 먹을 곳이 또 문제여서 펜션 여주인한테 물으니 매바위 근처 식당은
아직 영업할 거 란다.
매바위는 걸어서도 가는 300미터도 안되는 거리라 영업시간 어쩌구 물어볼 여유도 없이 무작정 밀고 들어가 메밀전병과 황태조림을 시켰더니
참 정갈하게 나온다.
맛도 깔끔하고.
주메뉴인 황태조림 맛도 훌륭했다.
하지만, 국물로 나온 황태국은 진한 사골보다 더 진하게 우려내 내가 먹었던 황태 음식중 단연 으뜸 !
게다가 이름있는 인제 옥수수 막걸리까지 곁들이니 종일 운전의 피로가 싸악 풀리는 듯...
숙소까지 거리도 가까와 부담없이 두 병을 비웠다.
이튿날 !
우리 식구가 딴엔 부지런히 서두른다고 해서 9시 조금 넘어 백담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았더니,
벌써 승차 대기중인 줄은 꽤 길었다.
여기서 백담사까지는 무려 6.7 킬로란다.
걸어서 한 시간 반 !
버스로 17분 !
오늘 반나절을 여기서 보내기로 했다면 그냥 걷고 싶었는 데 첫날부터 펑크난 스케쥴을 메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야한다.
길은 험했다.
버스에서 내려다본 계곡은 깊었다. 아찔할 정도로 !
그 좁은 길에서 교차하는 버스들이 도로 넓은 부분에서 기다린다. 오르막 버스를 위해 산쪽에서 대기하는 데
따라서 상행버스는 가능한한 직진을 하게하기 위해 좌측통행을 하게 된다.
좌우로 구부러져 흔들리는 것도 그렇고 상하로 굴곡있는 도로이다보니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고,
까마득한 계곡을 내려다보게 될 땐 섬찟하기도 하다.
이 콘크리트 찻길을 만드느라 계곡 풍광은 거의 50% 정도 파괴가 되었다고 한다.
1987년에 대청봉을 넘어 봉정암에서 내려와 이 계곡을 따라 용대리까지 간 적이 있었는 데, 당시엔 태풍으로 물이 엄청나 계곡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리고 93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이 계속의 수많은 소(沼)와 담(潭)이 돌과 모래로 대부분 메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 옛날 아름다운 풍광은 많이 훼손됐다고 한다. 백담사는 그 수많은 소와 담에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찰칵 !
차로 가면서 봐도 소와 담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계곡 바닥의 바위가 드러난 곳이 참 많았다.
일주문은 주차장에서 한 참을 내려오기에 사진을 찍을 틈도 없이 지나쳤다.
백담사앞을 가르는 개천 !
등산객과 관람객들이 기복을 하며 쌓은 수많은 돌탑들이 이채롭다.
백담사 금강문
만해다원 !
만해 교육관 !
템플스테이 하는 곳인가 보다.
지난 밤 폭우에 제법 많은 돌탑들이 스러진거 같다.
너와로 된 백담다원 !
기와불사 !
나한전 !
스님의 엄숙한 불공이 진행되고 있었다.
단청 한 지 얼마 안되었는 가 보다.
산뜻하다.
극락보전 옆의 자그마한 연못의 수련 !
동전 던기기로 기복하는 사람은 여기도 있네. ㅎㅎ
접사용 렌즈는 아니지만 최근 거리로 찍었다.
나한전 !
극락보전
만해기념관
만해 !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
승려이자 시인이고 민족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
인제 용대리는 만해 한용운의 모든 체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극성수기에 가느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만해마을과 백담사로 이어지는 여정은
민족을 생각케하고 문학과 휴식, 황태와 인제 막걸리, 그리고 산채가 버무려지는
좋은 관광 코스다.
'감성의 바다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악 공룡 등 타기 (0) | 2016.08.18 |
---|---|
울산바위 가는 길 (0) | 2015.08.14 |
Serenade Espanola - Stefan Pintev (0) | 2015.06.04 |
제주도 2/2 (0) | 2014.10.29 |
제주도 1/2 (0) | 2014.10.29 |